2011년 27살,
이름을 말하면 알만한 회사에
연봉 1,800만 원으로 입사합니다.
그리고 2014년 30살(만 3년만)에
사표를 던집니다.
'인턴/사원/주임/대리'로 진급하며
약 3천만 원의 연봉이 올라
약 5천만원 정도가 됐을 때입니다.
매달 통장에 3,700,000원 정도씩
들어왔던 것 같습니다.
지금 보면
정말 많은 돈이네요.
그래도 당시, 저는 너무 불행했습니다.
1. 내 미래가 보였다. 너무 적나라하게.
::
옆에 앉은 과장님, 팀장님, 이사님...
저들이 미래의 내 모습이라 생각하니
매일매일 자살 충동이 일어났습니다.
매일 야근, 주말에도, 명절에도 늘 일에 쩔어있는 과장 이하 직원들.
낮에는 업무지시, 밤에는 술접대, 주말엔 골프접대로 바쁜 팀장/임원.
아이들이 아빠 얼굴을
기억하는 것도
기적일 것 같았습니다.
저게 내 미래라니...
2. 조직의 역량을 나의 역량으로 착각했다.
::
조직에서 중요한 일들을 계속 담당하고,
계속해서 성공시키며, 오만이 하늘을 찔렀습니다.
나 혼자 성공시켰고,
다른 동료들은 숟가락만 얹었다고 생각했죠.
나 혼자 사회에 나와서도
무슨 일이든 똑같이 해낼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.
막상 사회에 혼자 떨어져,
이런저런 일들을 겪다 보니
알겠더군요.
내가 잘나서 이뤘던 성공이 아니었다는 것.
지금은 아주 깊이 반성하고 있는 바입니다.
나는 아주 모자란 사람이고,
늘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.
3. 정체성의 혼란. 나는 누구인가?
::
아마 여러분들도 일을 하다 보면,
마치 내가 회사 자체인 것처럼
느껴질 때가 있을 거예요.
발주처(갑)에 굽신굽신 대거나,
협력사(을)에 깝쭉깝쭉 대거나...
그럴 때.
어떤 경우에도 기분이 매우 나빴습니다.
나는 이 일을 하고 있고,
저 사람은 저 일을 하고 있을 뿐인데...
강자에게 약해지고,
약자에게 강해지는
나 자신이 너무 한심했습니다.
4. 번아웃? 공황? 스트레스!!!
::
아직도 저는 핸드폰 벨이 울리면
마음이 너무 불안합니다.
심지어 남의 벨소리도요.
회사에서 저에게 주어진 임무는
늘 제 역량을 훨씬 넘어서는 것들이었습니다.
물론, 그 덕에 일근육이 많이 단련되긴 했죠.
하지만, 제 마음은 잘 버티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.
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저를 보고
크레믈린같은 놈이라고 하더라고요.
다른 사람들 보기에 참 악독해 보였나 봅니다.
너무 힘들었을 뿐인데...
5. 3천만 원이면 될 줄 알았지.
::
갑자기 연봉이 많이 오르고 나서,
그렇게 모으기 힘들던 돈이
통장에 차곡차곡 쌓이네요.
부모님께 생활비도 팍팍드렸는데!
2년 6개월 동안 열심히 모아서
천만 원 모았는데,
6개월 만에 2천만 원이 모입니다.
일만 하느라 돈 쓸 시간이 없어서
더 빨리 모이기도 했습니다.
3천만 원이 통장에 모이니,
이거면 뭐라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.
결국, 그 돈으로 뭘 하긴 했죠.
다 날려먹었지만!
거기에 빚도 졌지만!
이렇게 돌아보니
정말 많이 어렸고, 철없었습니다.
불과 5년 만에 제가 많이 성장한 것일 수 도 있겠네요.
퇴사 후에
그렇게 고생했으면서도
저는 하나도 후회가 되지 않습니다.
이 고생들은 온전히 제 경험이 되었고,
제 능력치로 쌓였으니까요.
뭐가 뭔지도 모르고 불평불만만 늘어놓던
5년 전의 롸빠와
비로소 자본주의 플레이어로 서게 된 롸빠는
아주 다른 사람입니다.
퇴사를 준비 중이신가요?
솔직히 강추!
중심을 지킬 용기만 있다면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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